오이가 맛없는 과학적인 이유
사람들은 저마다 취향도 다르고 좋아하는 음식도 다릅니다. 이처럼 싫어하는 음식도 서로 다른데요. 비리다는 이유로 굴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물컹물컹한 식감 때문에 가지를 못 먹는 사람도 있죠. 그리고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비단 맛뿐만이 아니라 냄새를 맡는 것도 싫어하는데요. 때문에 오이를 잘 먹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거나 과장한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죠. 그럼, 왜 특정 사람들은 이토록 오이를 싫어하는 걸까요?
오이에는 비타민 C, 비타민 K가 풍부해서 뼈를 튼튼하게 해 주고, 혈액이나 장에 쌓인 독소를 제거해 주기도 합니다. 95%가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수분 보충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칼로리도 낮고 식이섬유가 많아 다이어트와 변비에도 도움이 되는 최고의 음식입니다. 하지만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혐오스러운 음식일 뿐이죠. 오이를 싫어하는 이유는 바로 오이에서 나는 특유의 맛과 향 때문인데요. 오이를 먹으면 쓴 맛이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오이의 양 끝부분에 있는 쿠쿠르비타신이라는 성분 때문입니다.
쿠쿠르비타신은 박과 식물이 가지고 있는 스테로이드의 일종인데, 오이 외에도 수박, 참외 같은 식물에도 들어있죠. 쿠쿠르비타신은 쓴맛만 내는 것이 아니라 독성도 가지고 있는데요. 동물들이 쿠쿠르비타신을 먹었을 때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 쥐 실험을 통해 확인되기도 했죠. 즉 식물이 쿠쿠르비타신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해충이나 동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수단인 것이죠.
오이를 먹고난 후 배가 아프거나 설사가 나왔던 경험이 있다면 바로 이 쿠쿠르비타신 때문입니다. 쿠쿠르비타신이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는 없지만, 사람이 오이를 싫어하는 원인이 될 수는 있습니다. 우리가 쓴 음식을 먹으면 혀에 있는 쓴맛 수용체가 쓴맛을 감지하고, 신호를 뇌로 보내서 쓴맛이 느껴지게 하는데요. 쓴맛의 민감도는 7번 염색체에 있는 'TAS2R38'이라는 유전자에 의해 결정됩니다. 쓴맛에 민감한 타입을 PAV, 민감하지 않은 타입을 AVI라고 부르는데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보통 PAV 타입인 경우가 많고 이런 사람들은 쓴맛을 느끼는 정도가 AVI타입에 비해 100배에서 최대 1,000배까지 더 높다고 합니다. 쓴맛은 독성을 띠는 경우가 많아서 보통 동물들은 쓴맛을 거부하게 되고, 민감도까지 높은 사람들이 오이를 싫어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죠.
즉 오이를 싫어하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본능과 유전자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이를 싫어하는 PAV 타입은 수박이나 참외도 싫어하는 경우가 있고, 술을 마실때 상대적으로 더 쓴맛을 느낍니다. 하지만 술은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PAV 타입이어도 술을 오이만큼 싫어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맛뿐만 아니라 냄새도 싫어하는데요. 오이에서 나는 냄새는 알코올의 일종인 노나디에날과 노나디에놀의 냄새인데요. 이들 역시 쓴맛과 마찬가지로 냄새에 대한 민감도가 다른 사람들보다 높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김밥에 오이를 빼서 먹는 사람이나 냉면의 오이를 하나하나 빼고 먹는 사람을 본다면 이해해주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겠죠?